[건강 칼럼] 불면증에 대해
불면증은 많은 정신과적 진단에 보편적으로 동반되는 문제이다. 정신과적 면담 시 살펴보는 환자의 일상 기능 중 첫 번째가 잠은 어떤가이다. 수면 문제는, 큰 그림 속의 한 부분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활동적인 낮의 시간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잠도 깊다. 무엇보다 밤 동안 깨어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 불안함이 문제를 더 증폭시킨다. 그 불안을 탐색해 보면 생활에서 재미, 의미, 보람이 결여된 낮 동안의 삶이 보인다. 공허에서 오는 불안,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후회,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의 무게, 또는 끝나가는 삶,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염려도 저변에 깔렸다. 이렇게 여러 불안의 요소들이 응집되어 ‘불면에 대한 불안’으로 나타난다고 보인다. 잠은 그냥 느긋하게 이완된 상태에서는 저절로 찾아온다.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바로 뇌를 깨우는 쪽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인지행동 요법 중에는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개념이 있다. 아예 잠을 하나도 안 자고 버텨보겠다는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 핵심은 불면에 대한 예기불안을 극복하자는 것이고, 그러면 불면은 그 위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혹 불면의 밤이 오면 거기에 대한 부정적 느낌 없이 담담히 조망하는 자세로 명상한다든가, 깨어있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다시 잠은 찾아올 것이다. 약의 도움을 받는 경우, 실로 다양한 약물이 사용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약은 장단점이 다 있다. 일반적으로는 단기간, 꼭 필요시에만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에는 장기간 쓰시는 분도 많다. 이럴 경우 약 사용에 대한 불안도 중요한 주제다. 항불안제 계열의 약들은 의존성,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인지 부작용, 낙상 위험 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불면증은 확실하게 치매의 발현에 악영향을 준다. 약을 써서 잠을 잘 자는 것이 치매 위험을 더 줄일 수 있다. 잠재적 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조현증이 있는 경우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잠을 도울 수 있다.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가는 가장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항우울제 약물을 쓰면 잠 구조가 좋아진다. 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이 본다. 불안 수준이 높은 경우 감정조절제 계열의 약을 쓰면 전반적으로 신경계의 안정도를 높여 더 느긋하게 된다. 수면 유도에도 도움을 줘 수면제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이런 항우울제나 감정조절제 계열의 약물의 장점은 오래 써도 내성, 의존성의 염려가 없다. 잠을 위해 술이나 마리화나, CBD오일 등을 약처럼 쓰는 경우가 있다. 술은 적은 양도 해롭고, 지속적인 음주는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마리화나 사용은 일반적으로 정신과적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킨다. 아주 가끔 레크리에이션 용도로만 이용하는 것이 좋다. 결국 불면증은 개인의 모든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가장 적절한 약물 조합을 찾으면 된다. 수면 무호흡증 등 단일한 원인이 발견돼 바로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다. 불면증의 관리는 심리, 생리, 약리적 지식과 통찰이 다 필요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치료가 잘 되어 건강하게 생활하는 환자들을 보면 정신과 의사는 큰 보람을 느낀다. ▶문의:(213)797-5953 김자성 / 정신과 전문의건강 칼럼 불면증 항불안제 계열 정신과적 문제 감정조절제 계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