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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신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문제다"

시트콤 프레이저(Frasier)는 1993년부터 2004년까지 방영됐다. 주인공 프레이저 크레인 박사는 정신과 의사이자 라디오 방송국 토크쇼 진행자로 시애틀에 살며 독특하고 복잡한 개인적 관계를 푸는 줄거리다. 지난해부터 이 시트콤이  파라마운트 플러스에서 리부트 됐다. 오리지널 작품의 주인공 킬시 그래머(Kelsey Grammer)가 최근 '더매거진'과 인터뷰했다. 인기 시트콤 주인공이 69세의 시니어가 돼 인생을 되돌아본 얘기를 들어본다.     프레이저 주인공인 킬시 그래머는 에미상을 다섯번 수상했다. 한 캐릭터로 3번 에미상을 받은 것도 기록이다. 원래 시트콤 프레이저는 이전의 히트작인 치어스의 스핀오프 작품으로 11년간 방영됐다. 지적이면서도 섬세한 유머를 특징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청자들은 프레이저의 복잡한 가족 관계, 친구들과의 우정, 마주한 다양한 인간관계의 문제들에 깊이 몰입했다.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이후 상당한 채널에서 재방되고 있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그 주인공이 20년만에 리부트 작품에 흰머리를 날리며 돌아온 것이다. 배우 킬시 그래머는 1955년생으로 이미 고교10학년부터 '더리틀폭시'에서 16세임에도 50세 남자역을 맡아 기립 박수를 받았다. 배우로서 평생을 받친 것이다. 그래머는 전작인 치어스부터 이제까지 총 35년간을 프레이저 크레인으로 살아왔다. 그래머라는 배우의 몸에 다른 사람인 프레이저의 삶이 살아 숨쉬는 그런 모습이다.   ◆69세의 삶과 행복   그래머는 자신이 69세가 돼 리부트 작품의 주인공이 된 것을 '회춘'이라고 불렀다. 그는 "이 단계가 소설의 한 챕터라면 나는 그것을 '회춘'이라고 부를 것"이라며 "이전보다 기뻐할 기회가 더 많아졌다. 일곱 자녀는 7세부터 40세까지 다양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전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가끔 놓쳤던 중요한 기회를 되찾고 있다.     "특히 꼭 챙겼어야 마땅했던 큰 딸과의 기회를 가끔 놓쳤습니다. 어떤 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때가 많았죠. 하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연결되고 치유되고 있습니다."   아직도 막내 3명은 그의 방에서 자고 있는데, 새벽 3시쯤 7살 아들 제임스가 살짝 발을 차며 몸을 구르기도 한다. 그는 "이게 나에게 일어난 최고의 행복"이라고 덧붙였다.   ◆어려웠던 기억의 치유   그래머는 프레이저로 수많은 정신과적 문제를 상당하는 캐릭터였지만 실상 그 자신은 그렇지 못하고 아픈 상처를 갖고 있었다. 그는 "내년이면 여동생이 19살에 피살된 지 50년이 된다"며 "그 고통을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 숨겨두었지만 2년 전에 동생으로부터 하나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상실에 관한 책을 쓰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고, 그로 인해 그가 가둬 두었던 감정과 믿음이 솟아 올랐다. 치유의 목소리였다. "나는 항상 거기에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여동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 여동생과 함께한 모든 좋은 기억이 이제는 나쁜 것보다 더 뚜렷하게 기억할 수 있다.   ◆끝난 게 끝난 것이 아니다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룹 Yes의 전 리드 싱어였던 존 앤더슨을 포함해 오랜 로큰롤 친구들이 많이 있다. 그와  곧 뮤지컬 제작에 들어갈 예정이다. 앤더슨은 샤갈의 생애 말기에 롤링 스톤즈의 빌 와이먼(Bill Wyman)을 통해 프랑스에서 만난 예술가 마크 샤갈(Marc Chagall)의 삶에 대한 놀라운 노래를 썼다. '끝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샤갈은 항상 비평가들로부터 '대가'라기 보다는 그저 '인기 있는' 화가라고 무시당했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벽화나 파리 오페라 하우스의 천장과 같은 기념비적인 작품을 그리고 나서야 '대가 샤갈'이 된 것은 인생의 후반기에 이르러서였다. 적지 않은 나이에 뮤지컬 제작자로 나서는 69세 그래머가 포기 하지 않는 이유다.   ◆부는 항상 상대적이다   수입은 괜찮지만 몇 번 이혼했다. 그래서 그 빚을 갚는다. 왜냐하면 솔직히 그 빚이 두 배라고 해도 여전히 적다고 생각한다.     "난 살아있고 행복하다. 그러나 이혼들은 대가를 가져온다. 많은 사람이 내게 의존하고 있다. 나는 아직 일하고 있고 가끔 코스트코에서 쇼핑을 한다. 내가 이혼한 적이 없었다면 그런 빚이 없었을 것이다."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   그래머는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슬프지 않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때때로 영국의 극작가 앤드루 마벌의 '수줍은 여인에게(To His Coy Mistress)'의 시구절이 떠오른다.   "내 뒤에서는 항상 들린다 / 시간이라는 날개가 달린 마차가 가까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는 아직 제대로 해보지 못한 일들이 있다. 그는 "똑딱거리는 시계를 마주한다"며 "물론 시간은 실제로 신의 문제가 아니고 그것은 우리의 인간들의 문제"라고 말했다. 비록 노배우의 삶이지만 우리 시니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병희 기자문제 시간 주인공 프레이저 정신과적 문제 시트콤 프레이저

2024-03-31

[건강 칼럼] 불면증에 대해

불면증은 많은 정신과적 진단에 보편적으로 동반되는 문제이다. 정신과적 면담 시 살펴보는 환자의 일상 기능 중 첫 번째가 잠은 어떤가이다.     수면 문제는, 큰 그림 속의 한 부분으로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산이 높으면 골이 깊듯 활동적인 낮의 시간이 있으면 일반적으로 잠도 깊다. 무엇보다 밤 동안 깨어 있는 것 자체에 대한 불편, 불안함이 문제를 더 증폭시킨다.     그 불안을 탐색해 보면 생활에서 재미, 의미, 보람이 결여된 낮 동안의 삶이 보인다. 공허에서 오는 불안,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후회,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의 무게, 또는 끝나가는 삶, 다가오는 죽음에 대한 염려도 저변에 깔렸다.     이렇게 여러 불안의 요소들이 응집되어 ‘불면에 대한 불안’으로 나타난다고 보인다. 잠은 그냥 느긋하게 이완된 상태에서는 저절로 찾아온다.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오면 바로 뇌를 깨우는 쪽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인지행동 요법 중에는 ‘역설적 의도(paradoxical intention)’라는 개념이 있다. 아예 잠을 하나도 안 자고 버텨보겠다는 시도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 핵심은 불면에 대한 예기불안을 극복하자는 것이고, 그러면 불면은 그 위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혹 불면의 밤이 오면 거기에 대한 부정적 느낌 없이 담담히 조망하는 자세로 명상한다든가, 깨어있는 시간을 적절히 활용하면 다시 잠은 찾아올 것이다.   약의 도움을 받는 경우, 실로 다양한 약물이 사용될 수 있다. 다만 모든 약은 장단점이 다 있다. 일반적으로는 단기간, 꼭 필요시에만 쓰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에는 장기간 쓰시는 분도 많다.     이럴 경우 약 사용에 대한 불안도 중요한 주제다. 항불안제 계열의 약들은 의존성,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인지 부작용, 낙상 위험 등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불면증은 확실하게 치매의 발현에 악영향을 준다. 약을 써서 잠을 잘 자는 것이 치매 위험을 더 줄일 수 있다. 잠재적 우울증, 양극성 기분장애, 조현증이 있는 경우 현재 복용하는 약이 잠을 도울 수 있다.   불면증은 우울증으로 가는 가장 초기 증상으로 볼 수 있다. 항우울제 약물을 쓰면 잠 구조가 좋아진다. 잠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경우도 많이 본다. 불안 수준이 높은 경우 감정조절제 계열의 약을 쓰면 전반적으로 신경계의 안정도를 높여 더 느긋하게 된다. 수면 유도에도 도움을 줘 수면제 비중을 줄일 수 있다. 이런 항우울제나 감정조절제 계열의 약물의 장점은 오래 써도 내성, 의존성의 염려가 없다.     잠을 위해 술이나 마리화나, CBD오일 등을 약처럼 쓰는 경우가 있다. 술은 적은 양도 해롭고, 지속적인 음주는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마리화나 사용은 일반적으로 정신과적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킨다. 아주 가끔 레크리에이션 용도로만 이용하는 것이 좋다.   결국 불면증은 개인의 모든 요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시행착오를 거쳐 가면서 가장 적절한 약물 조합을 찾으면 된다. 수면 무호흡증 등 단일한 원인이 발견돼 바로 치료가 되는 경우도 있다. 불면증의 관리는 심리, 생리, 약리적 지식과 통찰이 다 필요한 쉽지 않은 작업이다. 치료가 잘 되어 건강하게 생활하는 환자들을 보면 정신과 의사는 큰 보람을 느낀다.     ▶문의:(213)797-5953  김자성 / 정신과 전문의건강 칼럼 불면증 항불안제 계열 정신과적 문제 감정조절제 계열

202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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